《아득한 오늘》

국제갤러리

2025.06.04 - 07.20


국제갤러리는 오는 6월 4일부터 7월 20일까지 한옥에서 기획전 《아득한 오늘》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 오늘의 현실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고 변화하는지 질문하며,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는 다양한 유산들이 현대의 예술 언어와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탐색한다. 전시 제목인 《아득한 오늘》은 ‘멀고도 가까운’, ‘희미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제도 밖 전통의 존재 방식을 시사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한옥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맞물리며 사유의 장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국제갤러리 한옥은 1930년대에 지어진 전통 한옥을 개조한 공간으로, 동시대 예술과 과거의 건축이 공존하는 장소다. 《아득한 오늘》은 이 한옥 공간을 단순히 전시의 배경이 아닌, 작품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감각적 구조물로 삼는다. 참여 작가들은 모두 전통의 형식, 물질성, 관념을 각기 다른 매체와 태도로 재구성하며, ‘전통’이라는 단어가 동시대의 예술 언어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되묻는다.

전시는 현대미술가이자 영화감독, 평론가, 전시 기획자 등의 역할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찬경 작가의 기획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분단과 냉전의 심리적 풍경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민속신앙, 무속, 불교 등을 토대로 한국 근대성과 식민지 이후의 전통 인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왔다. 박찬경의 작업은 ‘전통’을 단순한 과거의 유산으로 소비하기보다는, 동시대의 세계화와 탈식민주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맥락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참여 작가는 김범, 임영주, 조현택, 최수련, 최윤 총 다섯 명으로, 회화, 드로잉, 설치, 오브제, 영상 등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아득함’이라는 정서를 매만진다. 이들은 희미해져가는 전통의 이미지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편을 매개로, 맹목적 현대성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다.

《아득한 오늘》은 과거의 복원이 아닌, 오늘의 시간 속에서 다시 불현듯 나타나는 전통의 감각을 다룬다. 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나 전통주의적 태도를 넘어, 동시대 예술이 ‘전통’이라는 언어를 다시 호명하고 조율해가는 방식을 드러낸다. 익숙하지만 잊힌 것들이 오늘을 통과해 다시 중심이 되는 이 전시는, 전통을 현대의 제도나 언어로 쉽게 길들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다시 살아나게 하려는 노력이다.


작가 소개
김범(b. 1963)은 사물, 언어, 제도에 내재된 관습과 부조리를 유머와 아이러니로 전복한다. 그의 작업은 회화, 드로잉, 조각, 비디오, 아티스트 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간의 지각과 인식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새로운 사고 방식을 제시한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개인전으로 《바위가 되는 법》(리움미술관, 2023), 《콩고에서 온 신문지로 만들어진 컵 속에 담긴 갠지스 강물》(쿤스트할 오르후스, 2019), 《김범》(밴쿠버 현대미술관, 2015), 《김범: 전도(顚倒) 학교》(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2012), 《김범: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클리블랜드 미술관, 2010) 등이 있다. 이외에도 타이베이비엔날레(2023), 샤르자비엔날레(2015), 광주비엔날레(2012), 미디어시티서울(2010), 베니스비엔날레(2005) 등 주요 국제 전시에 참여했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및 석남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임영주(b. 1982)는 한국 사회에서 미신, 신화, 비합리성이 형성되고 수용되는 과정을 관찰하며, 이를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연결해 감각적 균열을 탐구한다. 영상, 설치, 출판 등의 매체로 초현실적 서사를 엮어내고 비합리적 믿음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이면의 심리를 드러낸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최근 뉴욕 아만트 리서치 레지던시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25》 후원작가로 선정되었다. 주요 개인전으로 《미련未練》(페리지갤러리, 2024), 《라이다 라이다 내 무덤 좀 찾아주소》(금천예술공장, 2023)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문화비축기지(2023), 코블렌츠 루트비히 미술관(2023), 아트선재센터(2021), 부산현대미술관(2021), 일민미술관(2021) 등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조현택(b. 1982)은 도시와 비도시의 경계, 즉 변두리에서 발견되는 기이한 한국적 풍경과 민속신앙의 잔재를 탐색한다. 과거부터 누적된 주술적 믿음, 미신이 깃든 조각상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포착하고, 이를 현대 사회의 맥락으로 확장한다. 동신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 후, 조선대학교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를 수학하였으며 경기창작센터,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창작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Vacant Room》(포틀랜드 블루스카이 갤러리, 2025), 《스톤마켓》(스페이스22, 2024), 《집과 벽》(예술공간 아름, 2022) 등이 있으며, 경기도미술관(2024), 광주시립미술관(2022), 광주비엔날레(2021)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최수련(b. 1986)은 동시대에 재현되고 소비되는 동양풍 이미지에 주목하며, 전통적 클리셰, 오리엔탈리즘,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부조리를 탐색한다. 서양미술의 재료와 동양미술의 화법을 결합하여 이분법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 동아시아의 설화를 필사한 문자를 중첩시켜 그려낸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의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그림 회繪에 그림 화畫》(갤러리조선, 2023), 《무중필사》(산수문화, 2020), 《태평선전》(인천아트플랫폼, 2020)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뮤지엄헤드(2023), 인천아트플랫폼(2021), 서울시립미술관(2016), 하이트컬렉션(2015) 등이 있다. 작품 소장처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이 있다.

최윤(b. 1989)은 한국 사회의 풍토와 부산물, 대중문화 사이를 떠도는 이미지를 포착하여 도자, 설치, 오브제,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풀어낸다. 미디어를 둘러싼 집단 감정을 탐색하며, 통속적 관념을 비트는 작업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를 졸업했으며, 최근 네덜란드 유럽도자연구센터, 라익스 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더 라운지》(스위스 캄-라뮤트 아트센터, 2023), 《빛의 속도로 뛰는데 몸은 거북이가 된다》(런던 럭스(LUX), 2022), 《하나코, 윤윤최, 최윤 개인전》(아트선재센터, 2017) 등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은 리움미술관(2024), 서울시립미술관(2023), 국립현대미술관(2021),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0) 등에서 열렸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