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sition.N003》은 김정연의 회화적 조형언어가 선명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감정의 상징물로 기능하는 플로럴 모티프를 다색의 기호체계로 변환시킨다. 본 작품은 색면회화(Color Field Painting)의 직관성과 팝아트의 반복적 기호성을 교차시켜, 감각적 이질성과 시각적 충돌을 통해 회화적 리듬을 창출한다. 각 꽃 형상은 유기적 형태를 띠되 명확한 윤곽과 마커 라인으로 구조화되며, 색채는 고채도 단색의 직진성을 통해 감정의 에너지를 응축한다. 특히 화면 중앙의 짙은 블랙은 전체 구조 속에서 시선의 정점이자 정서적 밀도를 상징하며, 대비되는 형광 계열의 색채들과 함께 강한 구조적 긴장을 형성한다. 김정연은 본 작업에서 추상표현 이후 회화의 정서적 확장과 포스트모던 이후 기호의 재배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회화 내 이미지의 생존 가능성과 반복 안의 차이를 사유하는 시각 언어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