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osition.N002》는 김정연의 플로럴 연작 중에서도 가장 밀도 높은 색채 구성과 조형적 확장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반복과 차이의 구조를 통해 포스트미니멀 회화의 계보를 참조한다. 각기 다른 색채의 꽃 형상들은 화면 전면에 유기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나, 흑색 윤곽선과 중심 구도가 은밀한 질서를 부여하며 화면의 시각적 리듬을 통제한다. 색면회화에서 기원한 단색 면의 적극적인 사용과, 팝아트의 기호화된 도상 언어는 이 작품에서 회화와 드로잉, 디자인적 감각이 혼합된 독자적 조형 어휘로 전환된다. 특히, 본 작품은 감정적 서사의 전달보다는 시각 자체의 리듬성과 구조에 집중하며, 반복되는 꽃의 도상이 감각의 연속성과 불확정성을 함께 담지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김정연은 본 작업을 통해 색채, 형상, 반복이라는 요소를 조형적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동시대 회화가 감각적 기호와 내면적 질서를 공존시킬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