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Composition.N016》은 김정연의 색채적 탐구가 더욱 단순화되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구현된 회화로, 미니멀리즘과 팝아트 사이의 긴장 구조 속에서 시각적 질서를 구축한다. 작가는 원색 기반의 명료한 색면과 반복되는 기호적 꽃 형상을 통해 감정의 단위화된 구조를 제안하며, 이는 로버트 델로니(Robert Delaunay)의 오르피즘이나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색면 배열 방식과도 미학적 연관성을 지닌다. 각 도상은 선의 개입 없이 색면만으로 구성되며, 꽃의 중심을 이루는 검은 원형은 시지각적 구심점이자 감정의 상징적 응축으로 작용한다. 반복 속에 미묘한 차이를 둔 구성 방식은 모더니즘 이후 회화가 추구한 ‘질서 있는 다양성’을 반영하며, 기하학과 감성의 중첩을 통해 회화적 리듬과 구조를 동시적으로 성립시킨다. 본 작품은 김정연이 구축해온 ‘꽃’이라는 감각적 기호의 최소 단위를 통해 동시대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결과물이다.